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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화폐 공급

부의끝자락 2024. 2. 8. 15:00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는

설명은 맞으면서도 전부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러한 설명에는

시중은행 전체가 화폐 공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통화량에는 현금뿐만 아니라 요구불예금(당좌예금) 잔액도 포함됩니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에 예치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행동은 요구불예금의

규모에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 경제 전체의 통화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이 경제 전체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데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100% 지급준비제도

 

은행들이 화폐 공급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은행이

전혀 없는 세상과 비교해 보면 좋을거 같습니다. 이런 경제에서는 현금이

유일한 화폐가 됩니다. 구체적으로 현금 총액이 100달러고,

따라서 통화량도 100달러라고 해보겠습니다.

 

이제 한 사람이 제1은행이라는 최초의 은행을 설립합니다. 이 은행은 예금만

받고 대출은 실행하지 않는 예금은행입니다. 이 은행의 목적은 화폐를

안전하게 보관 할 장소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누군가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은행은 예금자가 그 돈을 인출하거나 예금

잔액만큼 수표를 발행할 EO까지 금고에 보관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은행 예금 중에서 대출이 되지 않은 금액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이 가상의 경제에서는 모든 예금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되므로

100% 지급준비제도를 운영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은행의 자금 상태는 T-계정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제에 있는 현금

100달러 전액이 제1은행에 예금된다면 이 은행의 T-계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1은행
자산 부채
지급준비금  100 달러 예금  100 달러

 

T-계정의 좌변에는 은행의 자산 100달러가 기록되고, 우변에는 은행의 부채

100달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1은행의 자산과 부채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가상적인 경제의 통화량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제1은행이 설립되기 전에

이 경제의 통화량은 사람들이 보유한 현금 100달러입니다.

 

이제 은행이 영업을 개시하고 사람들이 현금 100 달러를 은행에 예금하면

통화량은 요구불예금 잔액인 100 달러가 됩니다. 은행에 예금된 금액과 같은

금액만큼 현금이 줄고 요구불예금은 늘어납니다.따라서 통화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이 은행이 모든 예금을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면 은행은 화폐

공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됩니다.

 

2. 부분 지금 준비 제도와 통화 창출

 

제1은행은 궁극적으로 100% 지급준비제도에 대해 재고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예금한 돈을 고스란히 은행 금고에 묵히지 말고 대출을 해주면 어떨까? 새집을

사려는 가정이나 새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대학생들은

기꺼이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제 1은행은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하러 찾아올 경우에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현금을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오는

예금의 규모가 인출 규모와 비슷하다면 예금액의 일부만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제1은행은 이른바 부분 지급준비제도 방식의 은행 영업을

채택합니다. 예금 중에서 은행들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금액의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합니다. 지급준비율은 정부규제와 은행들의 자체적인 정책에

따라 결정됩니다.

 

중앙은행은 은행들이 보유해야 하는 지급준비금의 최저치, 즉 법정 지급준비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은행들은 현금 부족 사태를 껶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추가로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데, 이를 초과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지급준비율이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고 부분 지급준비제도하의 은행들이

통화 공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제1은행의

지급준비율이 10%라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 제1은행은 예금의 10%를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90%를 대출합니다. 이 은행의 T-계정을 다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 1은행
자산 부채
지급준비금  10달러 예금  100달러
대출  90달러  

 

1은행이 대출을 시작했더라도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에 응해야 하는 의무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이 은행의 부채는 전과 같이 100달러입니다. 그러나 이 은행의 자산은

이제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금고에 보관한 지급준비금 10달러와 다른 하나는 사람들에게 빌려준 대출금

90달러입니다. 전체적으로 제1은행의 자산과 부채는 여전히 일치합니다. 이 경제의

통화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제1은행이 대출을 하기 전에는 통화량이 은행 예금

100달러였습니다.

 

그러나 은행이 대출을 하면 통화량이 증가합니다. 예금자들은 여전히 100달러의

은행 예금을 보유하며, 융자를 받은 사람들은 현금 90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화량은 현금과 예금의 합이므로 190달러입니다. 이와 같이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를 대출하면 은행은 예금 통화라는 화폐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보면 화폐 창출 과정이 완료되면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쓰이는

화폐의 양이 늘어서 경제의 유동성이 증가하지만, 경제가 종전에 비해 더

부유해진 것은 아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