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체의 원인과 심각성은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기, 무모함, 탐욕,
규제 당국의 해이함 등의 행위는 미국 경제에 큰 피해를 가져다주게 되고, 1500만 명 이상의
실업자를 양산하며, 16조 달러의 가계자산이 공중분해되었습니다.
또한 4600만 명의 미국인을 빈곤에 빠뜨렸으며, 전례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이 현대의 첨단 기술과 정보가 풍부한 시대에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한다면 답은 뻔합니다. 미국 경제는 여러 가지 훌륭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자만심과 어리석음이
그 장점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경제사학자들은 이러한 경제 침체의 정확한 근원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을 벌이겠지만,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경제를 파괴적 국면으로 치닫게 한 일련의 사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수년간 미국은 실제로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구매하며
쇼핑 행진을 이어간 사실입니다.
이는 미국이 점점 더 많은 자동차, 장난감, 컴퓨터, 프린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의류, 가전제품을
수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을 지불하는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대출받고 자신들의 신용카드를 쉽게 건네주었습니다.
미국은 자국민들이 계속 일하게 함으로써 경제를 성장시켰기 때문에 외국인들조차 미국에 기꺼이
돈을 빌려주며 그 모든 소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였습니다.
2.미국의 모든 소비를 부채질한 핵심적인 국가는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췄고, 그로 인해 대부분의 경쟁국보다 훨씬 낮은 수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거두며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손에 쥐게 됩니다.
이후 중국 중앙은행은 그 달러들로 재무부 채권을 사들인 뒤 미국으로 다시 매각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미국 금리가 하락했고, 어느 정도
자신들이 대손비용률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분개하게 만들었습니다.
3.금리가 하락하자 미국인들은 잔뜩 빚을 내기 시작하고 저축을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기록적인 규모로 집과 차를 사들였고, 미국 기업들은 적은 자본조달 비용에 현혹된 나머지
장기 채권을 발행하고 더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헤매게 되었습니다.
4.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투자자, 보험사, 연기금 등 이자수익에 의존하던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보잘것없는 수익률에
점점 더 화가 났습니다. 낮은 금리는 대출자들에게는 좋았지만 특정한 자신의 재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정 소득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에 굶주려 있었습니다.
5.미국 금융기관들은 거액의 수수료를 받을 기회를 포착하고 불만을
품은 투자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황급히 더 높은 이자를 발생시키는 저품질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인수를
강행했습니다. 그 후 일어난 일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고위험 모기지 담보 자산들은 불투명하고
대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유가 증권들로 변질되고, 어떻게든 주요 신용 평가 기관들을 통과해서
트리플 A등급의 안전한 투자로 분류되었습니다.
트리플 A등급 판정이 떨어지자 대형 투자신탁업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투자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음에도 자신과 고객들이 서둘러 이러한 증권을 구매하도록 승인했습니다.
6.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증권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급증하자 은행들은
서둘러 일괄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주택융자 전문가들이 더 빠르게 주택 구매자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도록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출액을 기준으로 월급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기꺼이 부응했고, 뒤이어 대출 기준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주택 담보대출은 사실상 누구에게나, 심지어 신용 이력이 좋지 않은 대출자들에게도 이루어
지고, 신청서는 직업이나 소득 수준을 확인하지 않고도 승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계약금을 지불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살아만 있다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자격이 있었습니다.
7.주택담보대출이 손쉽게 이루어지며 주택 시장은 활황이었습니다.
집값은 더욱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은 무조건 상승한다는 견해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8.대출이 쉽고 저렴해지면서 모든 종류의 소비가 급증했습니다.
증시와 부동산 모두 가치가 급등해 가계가 자신들이 부유하다고 느끼는 상태 또한 시장이 활기를
띠는 데 기여했습니다. 위험한 주택 및 거품이 눈앞에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한 소수의
투자신탁업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의기양양해 보였습니다.
9.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연방기금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모든 상황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기준금리는 2003년 1%에서 2006년 5.25%로 서서히 상승했습니다. 이렇듯 기준금리가 증가하자
변동금리형 주택 담보대출의 서비스 비용은 더욱 증가했고, 부채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질수록 더
많은 가구들이 금전적 문제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무리하게 재산을 늘린 미국인들은 재정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된 나머지 대출을 연체한 것도
모자라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게 되고 궁극적으로 재정적 의무를 회피하고 집을 포기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이 기대 소득을 위해 맹목적으로 사들인 수조 달러의
주택담보부증권이 갑자기 불이행 상태가 되면서 이러한 투자는 본질적으로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10.신용 평가기관에도 재앙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동안 주택담보부증권의 위험과 품질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한 모델들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뒤이어 일어난 일은 더욱 끔찍합니다.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트리플 A등급이 부여된 주택담보부증권의 90% 이상이 하룻밤 사이에 사실상
휴지 조각의 상태가 됩니다.
11.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신용 평가 기관, 은행 및 주택 담보대출 발행 기관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무너졌고, 수십조 달러의
부동산 가치와 주택 담보대출의 증권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금융 공황에 빠져 있었습니다. 은행들은 즉각 대출창고를 폐쇄하였고, 주택 건설업자들은
신규 건설을 동결했으며, 소비자들은 동면에 들어가게 됩니다. 경제는 이제 무섭게 추락하는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12.미국 주택과 부채의 거품이 꺼지면서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 없었다.
미국의 경제 붕괴는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를 집어삼켰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는 대공황 이후 가장 재앙적인 금융 붕괴에 직면합니다.
무서운 기세로 하락했던 2008-2009년 경제 침체는 마침내 미국이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야 끝이 났습니다. 비록 대침체가 표면적으로는 2009년 여름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여파는 여전히 전세계에 미치게 됩니다.